정연준 (화학과 12학번)
집에서 겨울 방학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화학과 행정실에서 메일이 와있었다. 김욱 장학금 지원에 대한 안내였다. 김욱 장학금에 대해서는 포스텍 입학 후 선배들이 장학금에 대해 이야기를 해줄 때, ‘새 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받을 수 있는 장학금’ 정도로 들은 바가 있었다. 가정의 경제적 형편이 좋지 못했기에, 그 동안 나의 작은 노력으로 생활비만이라도 가계에 부담을 덜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었다. 좋은 기회였다. 심혈을 기울여 지원서를 쓰고, 지도교수님께 추천서를 부탁 드렸다. 그리고 몇 번의 수정을 거쳐 지원서를 넣었다. 학기가 시작되고, 한 달쯤 지나 장학생으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메일을 보자마자 너무 기뻐서 문자 그대로 제자리에서 펄쩍 뛰기까지 했다. 며칠 후, 화학과 교수회의가 끝날 때쯤에 교수 회의실에서 김욱 장학금 증서를 수여 받았다. 교수님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증서를 받는 순간, 정말로 감사하는 기분이 들었고, 마치 누군가가 등을 두드려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조금 감상적이 되어 지금까지 달려온 길을 되돌아보았다.
중학교 시절, 나는 과학을 좋아하는 한 학생에 불과했다. 그랬던 내가 과학을 꿈으로 삼고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여기까지 왔다. 나는 그것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것을 나의 노력에 의한 나만의 성과로 여겨왔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잘못된 생각이었다. 가족, 친구들, 선생님, 내가 타는 버스의 기사, 미화원에 이르기까지, 나의 원동력은 하나부터 열까지 주위의 격려 또는 도움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김욱 장학금이라는 또 하나의 큰 격려를 받은 것이다.
이 격려를 받음으로써 나는 다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격려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장학금을 기부하신 김광수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아울러 학생들이 학업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기부해주시는 모든 분들께도 감사 인사를 드린다.